[폴랑폴랑] 거꾸로 가는 한국 반려견 제도 feat.잘못된 반려견 기질 평가 테스트

반려견이 타인이나 다른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사고가 증가하고 있다.

이전에도 여러 글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문제는 반려견 문제라기보다는 휴먼 에러(Human Error), 잘못된 반려견 관련 제도, 잘못된 훈련, 잘못된 미디어, 가짜 전문가, 잘못된 정보를 습득한 보호자 등의 책임이 더 크다.

견종 제한 / 맹견 제도 NO NO!
무의미한 제도일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역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언급했던 바 있다.
https://blog.naver.com/animalmind/221209167006

기질 테스트 – 반려견 성향 테스트 NO NO!
반려견의 공격적 기질 여부를 평가해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독일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라면서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테스트는 백해무익하다. 아무 의미도 없고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지도 않을 것이다.
동물 윤리 의식이 선진화된 곳에서는 이런 테스트를 동물 학대에 준하는 것으로 판단한다.

이 테스트에서 반려견을 평가하는 방식은 이렇다.

‘반려견이 맛있는 것을 먹고 있거나 장난감을 갖고 놀고 있을 때 그것을 뺏는다. 이때 반려견이 화를 내면 공격적인 개, 아무 반응도 하지 않으면 공격적이지 않은 개, Good dog이라고 평가한다.’

‘줄을 매고 산책 중에 누군가 자신을 향해 뛰어올 때 놀라서 짖으면 공격적인 개, 아무 반응도 하지 않으면 교육을 잘 받은 문제없는 개라고 평가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누군가 말도 없이 당신의 스마트폰을 강제로 빼앗고 그 순간 당신의 반응으로 당신을 평가한다. 이때 놀라거나 화를 내면 당신은 사회에 위협이 되는 나쁜 사람이다.’

‘기분 좋게 산책하는 중에 누군가 당신을 향해 위협적인 자세로 달려든다. 이때 놀라서 소리를 지르면 당신은 사회에서 격리되거나 입마개를 착용하고 산책해야 하는 사람이다.’

‘게임 중인데 누군가 갑자기 코드를 뽑아버려도 화내면 안 된다. 공격적인 동물로 낙인이 찍히니까.’
‘문서를 거의 다 완성했는데 전원이 나가서 사라져도 놀라거나 분노하면 안 된다.’
‘내가 체스를 두고 있는데 누군가 이유 없이 판을 엎어버린다. 이때 화를 내면 나는 공격적이고 위험한 사람이다.’

이 기질 테스트에 의하면 우리는 모두 공격적이고 사나우며 사회에서 격리되어야 하는 나쁜 동물, 내일부터 마스크에 입마개를 추가해야 하는 동물들이다.

사실 정반대다.
화를 내야 할 상황에서 화를 내지 못하는 사람은 병원에 가야 한다.
내 감정을 읽지 못하는 좀비가 건강한 사회 구성원이 아니란 말이다.

과거 구식(구식이라 쓰고 무식이라 읽는다) 훈련을 받던 개들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무엇이 되었든 감정을 표현하는 것 자체가 매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이런 류의 테스트는 무죄하고 사랑스러운 반려견들에게 고통을 줄 뿐이다.
독일에서 하고 있다고? 미국에서 하고 있다고?
그럼 마약이나 총기 소지도 합법화하지 그래? 독일이나 미국에서 그렇게 하고 있잖아?
남의 나라 쓰레기는 가져오지 말자.
동물 인식 수준이 상식적인 곳에 가서 이런 테스트로 개의 성향을 평가하겠다는 말을 해봐라. 당장 문밖으로 던져질 거다.

이 테스트가 평가할 수 있는 건 단 하나다.
이 테스트를 통해 ‘반려견의 성향을 검증하겠다는 사람이 얼마나 무지하고 비상식적인 사람인지’ 평가할 수 있다.

이미 수년간 여러 차례 언급했던 것처럼 지금 일어나는 일들은 지난 수년간 이어져온 잘못된 훈련과 잘못된 미디어, 잘못된 상식들의 대가다.

방송에서 진행하고 있는 반려견 매너 홍보 캠페인 영상만 보아도 얼마나 잘못된 정보들이 만연해있는지, 잘못된 정보들을 지속적으로 반려견 보호자들에게 심어주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책임을 물어야 하는 대상은 반려견이 아니라 사람이다.

반려견에게 물리는 것이 전문가? NO NO!
나는 지금까지 옆집 이웃을 물어 수술까지 해야 했던 케이스, 온 가족을 불시에 수차례 물어 산책도 나갈 수 없었던 케이스, 같이 사는 반려견을 물고 혈전을 벌이던 반려견 등등 수많은 케이스를 맡아봤다.
어떤 케이스에 해당하든 반려견 교육을 할 때 반려견의 몸에 내 몸이 물리적으로 닿아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줄을 잡을 필요도 없다. 우리 교육에 참여했던 분들은 눈으로 보았으니 알 거다.
그것이 교육이다.

목줄을 잡고 개와 씨름하거나 몸을 누르는 방법은 훈련도 교육도 아니다.
지금 그런 무식한 방법으로 동물들을 교육하는 멍청이는 찾아보기 힘들 거다. 있더라도 대외적으로는 그 사실을 숨길 거다, 부끄러움을 안다면.

사람이나 동물을 공격하는 반려견을 교육할 때 반려견이 그런 행동을 반복하게 만드는 것은 미친 짓이다.
행동은 반복하면 습관이 된다.

무자격 아마추어 반려견 훈련사라고 해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국제 윤리 기준 중 이런 항목이 있다.
“반려견의 다리 중 둘 이상이 지면에서 떨어지는 훈련은 비윤리적이며 절대 해서는 안 된다.”

반려견의 줄을 잡고 위협하는 행동, 반려견에게 정신적/물리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동은 모두 비윤리를 넘어서서 학대다.
그런 내용이 버젓이 반려견 교육이라고 방송되는 나라에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그것이 왜 부끄러운지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앞이 막막하다.

만약 상식적인 윤리 의식을 가진 나라에서 ‘훈련하다가 반려견에게 물리는 사고’가 일어났다면
– 반려견이 물게끔 유도한 훈련사 (아마추어 포함), 그런 내용을 방송한 사람들은 동물 학대로 즉각 구속 대상이다.
– 사람이나 동물을 공격한 반려견의 보호자는 보호자 권리를 박탈당한다. (보호자 역할을 안 했으니까)
– 반려견이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사람이나 동물을 공격한 반려견의 안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절대로 반려견을 그런 수준으로 몰고 가면 안 된다.

그리고 그런 방법으로 반려견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역으로 그런 방법들이 행동을 더 강화시킨다.

반려견이 고통과 스트레스를 호소한다면 그건 훈련이나 교육이 아니라 학대다.

보호자는 절대로 반려견을 그런 상황으로 내몰지 말아야 한다.

진심으로 반려견을 걱정한다면 울먹이며 구경할 것이 아니라 반려견을 그 상황으로부터 구해내고 보호해라.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반려견이 그런 행동을 하도록 만든 훈련사와 방송에 그 책임을 물어라.

그리고 다시는 그런 일로 반려견에게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주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올바른 정보를 배우고 공부해서 반려견의 대변인이자 보호자로서의 책임을 다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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